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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

ae모어

ㅤ당신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

 

ㅤ센도 아키라 X 루카와 카에데




 

ㅤ그리움의 형태는 어떤 것일까.

 

ㅤ루카와는 다소 차가워진 나무의 단단한 바닥을 조심스레 밟으며 생각한다. 입술을 동그랗게 해서 호 하고 숨결을 불면 하얀 연기가 났다. 새벽에는 생각 없이 얇은 차림으로 밖을 나섰다간 호된 추위에 다시 집 안으로 숨어들어야할 정도로 차가운 공기에 두 볼이 얼얼해진다. 새벽 내 내린 눈서리는 얇고 뽀얀 실크 레이스를 깔아둔 것처럼 눈부심을 빚어낸다. 하루에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기온이 내려가더니 이제는 두꺼운 옷을 2겹씩 입지 않으면 쉽게 재채기가 나는 계절이 됐다. 추운 계절을 맞이하고 보니 이레 따뜻하던 시간을 어느덧 그리워하게 된다. 뜨거웠던 계절, 철없고 어리고 순수함에 눈이 부시던 지난 날, 쉽게 기억 속에서 떨칠 수 없을 한 사람을 결국에 떠올리고 만다. 루카와는 미묘한 허전함을 감히 얇은 슬픔으로 치환할 수 있을지 잠시 고민이 됐다. 

 

ㅤ센도 아키라. 

 

ㅤ루카와는 센도가 몹시도 밉고 원망스러웠다. 그럼에도 사람들에게는 그의 생각에 젖어있다는 티를 딱히 내려고 하진 않았다. 너무도 멀쩡하게 평온한 듯 하루와 하루를 살아가는 루카와를 보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루카와는 강한 사람이니까. 루카와는 다시 생각한다. 유일하게 저를 카에데라고 낮고 잔잔한 목소리로 불러주던 센도는, 아니 아키라는 살아생전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센도 아키라의 갑작스러운 실종은 당시에는 제법 큰 사건으로 회자됐다. 

 

ㅤ루카와, 혹시 너에게는 센도가 연락하지 않았어?

 

ㅤ료난의 교복을 입은 낮은 키의 동그란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묻혀있다. 빳빳하게 잘 다려서 정성껏 풀을 먹인 하얀 셔츠의 단단한 깃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단정하고도 차분한 푸른빛의 교복을 잔뜩 흐트러지게 애써 구겨 입고 다녔지만 단 한 번도 혼란스러워 보이지 않았던 사람을 떠올리지만 루카와는 침착하게 답변했다. 글쎄, 잘 모르겠어. 루카와도 모르는 거야? 가끔 두 사람 만나서 공터에서 농구를 즐기곤 하지 않았어?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거야. 센도가 갑자기 연락이 안 돼. 학교에 아예 나오지 않아 무단결석 처리 일수가 계속 누적되고 있어. 이대로라면 센도는 출학처분을 받게 될 거야. 그리고 학교 일도 그렇지만 센도의 안위가 걱정이 되서 그래. 갑자기 어디로 가버린 걸까. 혹은 평소 낚시를 좋아하니까, 파도가 거친 바다에 낚시하러 나갔다가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별 생각이 다 드는 중인데.

 

ㅤ루카와는 말없이 료난에서 온 학생의 두서없이 정신 사나운 이야기를 한참 동안이나 들어주어야 했다. 센도의 알 수 없을 사정에 대한 많은 짐작 의심의 말들을 한참 늘어놓은 뒤에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카와는 그저 간간히 알았어. 그랬구나. 정도의 답변밖에는 더 얹을 말이 없었다. 료난의 농구부원이라던 그 아이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혹시나 루카와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쩜 센도의 꼭꼭 잘 감춰둔 비밀을 주고받은 사이일지도 몰라. 루카와가 완전히 실종되어 버린 건지 알 길이 없을 센도의 행방을 알고 있다면. 사교성이 뛰어나지 않은 루카와에게 다짜고짜 찾아가 센도의 안위를 물어볼 만큼 그의 행방불명은 모두에게 위급한 사안이었다. 

 

ㅤ하교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루카와는 같은 반인 농구부원 이시이에게 말을 건넸다. 오늘은 농구부 연습에 불참하게 될 것 같아. 루카와가 농구부 활동을 빠진다는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시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안경을 쓸어 올렸다. 루카와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그런 건 아니고, 오늘은 급히 가볼 데가 있어서. 루카와의 마지막 대답을 곱씹으면서도 이시이는 그의 행적이 센도의 행방불명과 연관이 있음을 바로는 눈치 채지 못했다. 

 

ㅤ루카와가 오늘은 연습에서 빠진데요.

 

ㅤ농구코트가 순간 침묵으로 싸늘해졌다. 루카와가 연습을 빠지는 일이 있었던가. 루카와가 차라리 학교를 결석하는 일은 있을 수 있어도 농구부 활동을 빠진다는 것은 절대로 상상할 수 없다. 쇼호쿠 농구부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을 몇 가지 일을 목록으로 작성한다 해도 지금의 상황은 마지막 순위에도 오를 수 없을 일이다. 루카와 카에데라는 고등학생을 농구와 분리시켜서 거론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었다. 덤덤하게 운동을 이어가던 1학년들 역시 동요하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루카와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사생활과 농구부 활동이 언제나 엄격히 구분되어있던 루카와가 농구 연습을 빼먹고 어디를 갈지를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미야기는 잠시 시계를 바라보다가 큰 소리를 외쳤다.

 

ㅤ괜히 분위기 흐리지 마. 우리는 겨울 리그가 시급하다!

 

ㅤ미야기가 전대 주장 아카기보다 더한 것 같아. 농구에 대한 갈증이 거대한 사람의 열정은 쉽게 가늠할 수 없어. 물론 걱정이 앞서기는 하지만 고작 처음 있는 작은 일탈이니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자. 부원들이 이윽고 연습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루카와의 집에 연락해봐야 할까. 일단 내일까지 연습을 빠지지 않는다면 상관없을 거야. 부 주장 야스다가 미야기를 다독인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함께 농구부를 지켰던 두 사람은 말없이 부원들을 다독였다. 루카와는 괜찮을 거야. 늘 그렇게 우리에게 다시 돌아와서 강한 모습으로 묵묵히 농구부를 지켰으니까.

 

ㅤ눈부신 햇살이 느릿하게 내려앉은 오후, 루카와 카에데는 어느 날과 다름없이 교실 한 구석 창가 맨 뒷자리에 뜨거운 햇볕을 피할 틈도 없이 엎드려 있었다. 루카와는 잠이 참 많구나. 같은 반 친구들은 루카와의 졸음을 방해할 생각이 없었다. 선생님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게으른 학생들에 화를 낼 때도 루카와는 늘 예외가 됐다. 새벽부터 농구를 하느라 힘들었대요, 선생님 한 번만 봐주세요. 수업시간 버르장머리 없이 머리를 숙여 잠에 빠져있는 상태를 본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엄격한 선생님도 결국엔 백기를 들고 만다. 

 

ㅤ루카와 카에데는 지금의 기묘한 상황을 처음엔 눈치 채지 못했다. 뜨끈하게 그늘도 없는 책상 위로 엎드려 잠을 청하고 있는 카에데 자신의 모습을 영혼처럼 위에서 지켜보고 있다. 농구부 훈련 시간되기 전엔 누군가 와서 깨워야 할 텐데……. 그리고 익숙한 얼굴이 루카와의 옆 자리에 허락 없이 의자를 끌어다 털썩 주저앉는다. 커다란 손등이 루카와의 얼굴에 간신히 흑색의 빛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루카와의 이마를 간질인다. 점심시간 낮잠을 자다가 가끔 무의식중에 얼굴을 찡그리고 긁었던 기억이 났다. 센도 아키라가 루카와를 찾아온 적이 있었어? 그게 언제였지.

 

ㅤ루카와, 일어나. 어쩌면 지금은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순간이야. 

 

ㅤ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급히 몸을 일으켜 세운 공간은 자신의 방이다. 학교 점심시간 나른하게 낮잠을 자던 저를 곱게 쓰다듬어주던 센도는 꿈속에서 일어난 일일 뿐이다. 지금은 몇 시지? 눈앞이 컴컴했다. 애써 주변을 더듬어 시계를 찾았다. 새벽 4시에 아직 닿지 못한 시곗바늘이 일정한 시간 작은 소음을 내며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센도를 그리워한 마음이 꿈으로 그려진 걸까. 너무도 생생한 기억이다. 센도 아키라가 루카와 카에데를 따사로운 어느 순간 어루만져준 그런 기억이란 것이, 그럼에도 소중한 순간을 전혀 기억하지 못 하고 있었다는 것이, 루카와 카에데는 조금 기분이 나빠졌다. 

 

ㅤ센도에게선 여전히 연락이 없데요. 

 

ㅤ어제 농구 연습을 빠졌던 루카와 카에데는 곧장 복귀했다. 모두들 루카와의 출석에 안심하는 느낌이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루카와도, 그래 정말 그럴 일은 없겠지. 사실 돌이켜보면 루카와 카에데는 센도 아키라와 전혀 접점이 없다. 두 사람은 꽤나 인상적인 상황에 주연으로 서로를 기억하는 관계임에도 사사로운 자리에서 평범한 사이의 사람들이 되진 못했다. 센도 아키라를 기억하면 루카와 카에데를 함께 떠올릴 수 있어도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선 아무도 쉽게 정의내리지 못한다. 루카와는 갑자기 그런 모든 사실에 서글퍼졌다. 센도 아키라에게 특별한 관계의 누군가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 용기를 내어 어쩌면 센도 당신에게 관심이 많아요. 라는 말 한 마디를 건네지 못했던 것이. 딱히 그런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루카와는 사적인 자리에서 절친한 누군가를 관계의 선상에 함부로 두는 사람이 아니다. 가족들이 소중하고 친구들이 중요하고 농구에 항상 매진하면서도 그랬다. 인간의 관계를 쉽사리 이해하지 못했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 것도 같지만.

 

ㅤ어젠 어디 다녀온 거야?

 

ㅤ야스다가 넌지시 루카와에게 지난날의 행적을 물어봤다. 루카와의 대답은 단순했다. 자주 농구를 하러 갔던 낡은 코트장이 있었어요. 그 길을 따라 걸었어요. 바다가 잘 보이는 거기? 네. 여기선 제법 거리가 멀어서 걸어가기는 힘들었을 텐데.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갔어요. 또 위험하게 방파제 위로 자전거 올려 탄 건 아니지. 제 잘못을 잘 아는 루카와 카에데는 난처한 질문에는 입을 꼭 닫았다. 야스다는 루카와가 왜 그 곳을 간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아마도 센도를 가끔 만났던 장소겠지. 그래도 루카와의 방황이 오래 지속되지 않고 빠르게 농구부에 복귀했으니 잔소리는 필요가 없지. 누구보다 농구부를 사랑하는, 누구보다 강한 우리들의 슈퍼루키니까. 

 

ㅤ센도와 가끔 마주쳤던 장소들을 따라 걸었어요. 그 곳을 걸으면 뭔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혼란스러웠어요. 센도 아키라와 많은 일을 겪어왔다 생각했는데 정작 그를 알 수 있을 만한 단서조차 부족했어요. 센도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농구 말고 평소에는 무슨 일을 하는지, 혼자만의 시간동안 어떤 여가 생활을 즐기는지, 학업은 충실했던 것인지, 왜 늘 빳빳한 교복을 구겨 입고 다녔던 것인지, 종종 사라져서 찾지 못할 때마다 낚시터에서 발견되곤 했던 것인지. 이번의 센도의 행방불명의 종착지는 낚시터는 아니었다. 사실 이 곳은 낚시꾼들이 선호하지 않는 장소에요. 센도나 여기에 터를 잡고 앉아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을 뿐이지, 낚시하기에 좋은 장소는 결코 아니에요. 월척은커녕 작은 물고기 한 마리도 지나다니지 않을 때가 많은 파도가 괴상한 터인데. 센도는 이곳에서 무엇을 낚시하고 있었던 것일까. 침묵의 순간 목표하던 대상 혹은 의식은 어떤 것이었을까. 많은 사람들은 센도를 동경했지만 정작 그를 알고 싶어 한 자는 드물었다. 루카와 카에데는 센도가 실종되고 며칠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 센도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지독하게 외롭고 쓸쓸하며 그럼에도 루카와 카에데는 센도 아키라에 대해 사소한 것조차 아는 바가 드물다는 사실을. 센도와 함께 공유한 시간들, 크고 작게 스치던 어떤 기억 속의 중요한 순간이 다가올 때 그를 꼭 붙잡았어야 했다는 것을. 센도 아키라는 루카와 카에데를 헷갈리게 만든 줄 알았는데 모든 순간이 크고 작은 고백이며 애정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센도 아키라가 다시 돌아오게 될까.

 

ㅤ지금 이 순간은 꿈이겠지?

 

ㅤ온 사방이 하얀 빛으로 뒤덮인, 오로지 눈앞에 센도 아키라와 루카와 카에데뿐인 공간은. 이것은 오로지 나의 꿈이구나, 루카와 카에데의 간절한 소원, 이루어지지 않는 꿈 그리고 들끓는 욕망이다. 루카와는 천천히 센도에게로 걸어갔다. 눈앞의 센도가 신기루처럼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덥석 제 손을 내밀어 센도의 손을 잡았다. 센도는 그런 루카와의 갑작스런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센도의 손을 끌어당겨 그를 품에 안았다. 따뜻한 온기, 꿈이 확실할 텐데 체온이 느껴져. 현실처럼 따사로워서 안심이 돼. 나의 이야기가 너에게 닿지 않아도 상관없어. 센도 아키라, 루카와 카에데는 너를,

 

ㅤ루카와, 고백이 늦었어. 

 

ㅤ루카와가 늦은 건지, 센도아키라가 지각이란 건지 주어를 정확하게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꿈은 모든 것이 온통 모호하다. 루카와는 어차피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면 제 감정에 충실하고자 한다. 센도 너무 늦었어. 앞으로는 절대 사라지지 마. 센도는 허투로도 긍정의 대답을 내놓지 않는다. 그런 센도를 좋아함에도 원망스럽다. 왜 모두를 두고 사라져버렸어. 다들 너를 좋아하고 기다리는데.

ㅤ꿈은 결말이 없는 시나리오처럼 단칼에 이른 아침으로 끝을 내린다. 

 

ㅤ센도 아키라가 돌아왔데. 

 

ㅤ학교가 떠들썩했다. 루카와는 친구들의 수다를 듣자마자 곧장 자전거를 돌려 료난고교로 향했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페달을 부지런히 밟았다. 센도 다시는 사라지지마, 내 눈 앞에서 없어져선 안 돼. 교문 앞의 경비 아저씨에게 센도 아키라를 만나러 왔어요. 허락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급히 내달렸다. 센도 아키라는 몇 반인가요. 2학년 7반? 마음이 자꾸만 앞섰다. 지금 순간도 꿈처럼 허망하게 사라질까 급히 발걸음을 내딛었다. 

 

ㅤ하하하, 곤란한 걸.

 

ㅤ제 본 얼굴을 능숙하게 가린, 익숙한 너털웃음. 센도 아키라의 귀환이다. 루카와는 주저 없이 센도에게 다가갔다. 깜짝 놀란 아이들이 자리를 비켜줬다. 알 수 없다는 표정의 센도, 주먹을 한 대 날려버리고 싶다. 속상한 마음 대신 루카와는 센도를 잡아 강하게 끌어안았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싸해졌다. 지금 무슨 사단이 벌어진 거야? 

 

​ㅤ"좋아해."

 

ㅤ루카와 카에데의 고백은 오랫동안 지역에서 화제가 됐다. 결코 누군가도 좋아하지 않을 줄만 알았던 녀석이 그렇게 고백 공격을 날릴 줄이야. 혹자는 관련 일들을 우스갯소리처럼 너스레를 떨었지만 어떤 자들은 아쉬움을 금하지 못했다. 나도 저렇게 냅다 고백을 해볼걸 그랬나. 센도 아키라가 널 받아주기나 한데? 조용히 해. 

 

ㅤ"루카와, 그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고백을 던진 거야?"

ㅤ"내가 하고 싶은 대로 꼭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때가 아니면 늦을 거 같더라고."

ㅤ"카에데가 이렇게나 용감한 줄은 그 날 처음 알았지."

ㅤ"설마 지금 나 놀리는 거?"

​ㅤ"그럴 리가."

 

ㅤ침대에 누워 게으름을 피우던 센도는 루카와를 제 품에 꼭 끌어안는다. 너 그때 진짜 박력 있게 끌어안더라? 역시 놀리는 게 맞네. 아아, 제발 진짜로 아파, 루카와 하하하. 센도 아키라는 그 날 이후 아무 말 없는 잠수타기를 하지 않았다. 꼬박 꼬박 자신의 거처를 알려줬다. 다만 혼자 있고 싶다는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오늘은 함께는 안 돼, 루카와. 루카와는 섭섭하기는 해도 솔직한 센도의 이야기를 받아주기로 했다. 두 사람의 연애는 시끌벅적한 사고처럼 시작하여 잠잠하게 이어졌다. 알고 보니 너무 잘 어울리는 것도 같다는 주변의 시샘도 제법 늘어졌다. 무심해서 상대를 속상하게 하는 센도 아키라와 무심함의 강도가 너무 심해 과연 인간의 범주가 맞기는 할까 의심스러운 루카와 카에데의 조합이라니. 

 

ㅤ"루카와, 첫 눈 온다!"

 

ㅤ아직 하교 종이 울리지 않은 오후 시간, 흐린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잔뜩 뻗은 채로 쇼호쿠 운동장 위에 서서 루카와를 부르는 남자는 역시 센도 아키라였다. 쇼호쿠 농구부원들은 무심의 극치를 달리던 인간들이 정작 처음으로 본격적인 연애에 돌입하자 온갖 염장 질이 한계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거기 학생, 여기 함부로 들어오면 안 돼! 하하하 죄송합니다. 

ㅤ저를 잡으러 달려드는 교직원들을 피해 달아나면서도 루카와 눈 오는 거 보여? 우리가 함께 맞는 첫 눈이야. 천덕꾸러기마냥 애처럼 신이 난 연인을 물끄러미 내려다 봤다. 이시이는 루카와가 미소 짓는 것을 두 번째로 목격하게 됐다. 루카와도 사랑스러운 사람을 볼 때는 저런 표정을 짓는구나. 

ㅤ[곧 내려갈게.]

ㅤ루카와가 기분 좋은 표정을 보이며 입술 끝을 동그랗게 올렸다. 제법 잠잠하고도 요란한 커플이야. 남의 연애를 곁에서 구경하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둘이 오래 행복하다면 된 거지. 같은 반 친구들은 루카와가 행복하면 모든 게 이해가 됐다. 난데없는 센도의 실종, 갑작스런 복귀 그리고 루카와의 고백까지 짧지 않은 시간동안 두 사람이 특이한 인연으로 얽힌 서사를 부지런히 소문으로 옮겼다. 루머는 길게 퍼지지 못했다. 상상하지 못했던 두 사람이 결합한 거 말곤 별다른 점이 있어? 이건 정말 겪어보지 않고선 이해할 수 없는 두 사람이라니까!

ㅤ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강렬한 상대를 만났고 농구에 좀 더 진지해졌으며 결코 잊히지 않을 연인을 만났어. 첫 사랑과 맞게 된 첫 눈의 순간이 너무 좋아서 추위도 귀찮음도 금세 잊혔더라. 센도 아키라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 센도, 너는 과연 지금 이 순간을 행복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없을 만큼 행복들이 쏟아져 내린 겨울의 하루였다. 

勝負·初めて·恋人·四季·年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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